[사용기] minolta HI-MATIC SD

violinplayer 2005. 7. 21. 16:10


카메라를 무척 좋아한다. 요근래에는 디지털 일안반사식카메라 (DSLR) 사고 싶어 혈안이 되어 있다. (벌써 수개월째다) 그러던 중 아버지께서 중학교 졸업선물로 사주신 필름카메라 (미놀타 X-300)에 취미를 들여 가끔씩 재원이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디지털카메라 (이하 디카)가 없던 시절 사진 찍는 일은 쉽게 할 수 있던 일이 아니었다. 필름 가격부담이 만만치 않고 찍으면 으례 현상, 인화를 함께 하니 돈도 돈이지만 필요없는 사진이 많아지게 되고 그 결과는 특별한 날이 아니면 셔터를 누르지 않게 된다. 또한 결과물을 바로 확인할 수 없으니 사진이 잘 나올지 걱정도 하게 된다.

앞서 말했듯이 아버지께서 사주신 수동 카메라로 인해 카메라에 대한 관심은 항상 많았고 렌즈도 두세개 사모았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 졸업때까지 찍은 필름 롤 수는 몇통 안되는 걸로 기억한다.

디카가 나오고서 직장에서 남보다 일찍 디카를 접하게 되었고 연애시절에도 직장 디카를 간혹 빌려나와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나만의 디카를 장만하고서 점차로 좋은 디카에 대한 관심도가 커져갔지만 비싼 가격은 나의 섯부른 접근을 막았다. 따라서 내가 원래 갖고 있던 카메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일년에 한번씩 빛을 보았던 나의 X-300은 점차로 내손에 들려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첨엔 남들은 삐까번쩍한 DSLR을 갖고 있는데 나만 오래된 은색의 구식 필카를 갖고 있는 것이 창피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더 자랑스럽다. 물론 결과물은 아직 별로 이지만...

내 카메라가 미놀타 인지라 아직도 미놀타에 관심이 많고 재작년 아버지께서 하늘나라로 가신 후 나의 X-300은 더욱더 소중한 추억의 물건이 되었다. 요즘 중고로 10만원 전후에 거래되는, 비싼 물건은 아니지만 추억이 담겨있어맘놓고 험하게 사용하진 못한다.

그래서...

편히쓸 수 있는 재밌는 카메라를 갖고 싶어졌다. 미놀타카메라 동호 모임인로커클럽 (www.rokkorclub.net)에 들어가 탐색을 하기 시작했다. 거기서 찾아낸 것이하이매틱 시리즈 (HI-MATIC)... 이중 가장 저렴한 하이매틱 SD를 사기로 결정,장터에서 3만원에 올라온 매물을 구입하였다. 판매자분이 친히 직장 근처로 와 주셨는데 알고보니 연세가좀 있으신 분이셨다. (너무나 깔끔한'민트급'의 제품을 싸게 넘겨주신 님께 감사드린다)

먼저 어떻게 생긴 물건인가 사진으로 확인해 보자.

1. 먼저 케이스 : 삼성 미놀타라고 구수한 글씨체로 적혀 있다 !!!


02. 케이스를 열어보면...



03. 정면 사진 : 눈에 생소한 삼성 마크가 붙어있다. (이 마크를 안다면... 노땅이지!)


4. 비스듬한 각도에서


05. 렌즈부 : 비록 3만원짜리 카메라지만 미놀타의 유명한 ROKKOR 렌즈가 탑재되어 있다. Rokkor는 라이카 렌즈, 칼-자이쯔 렌즈 같이 좋은 렌즈임을 보장한다. f=38mm 는 38미리 화각 (표준~준광각 정도 된다), 1:2.7은 최대개방 조리개 수치이다. 아래의 ASA200은 들어있는 필름 감도... (다 아시는 얘기일지 모르지만)


06. 렌즈 윗부분 : 이 카메라의 특징이 드러난다. 거리계 표시에 사람 모양이 그려져 있다. 눈으로 거리를 짐작해서 포커스를 맞추는 목측식 카메라 인 것이다.


07. 플래쉬 ON 시킨 모습 ! 엄청난 광량을 자랑한다.


08. 날짜 표시판. 80년 ~ 92년까지 표시할 수 있다. (다행히도 년도는 안나오게 할 수도 있다)


09. 윗부분을 좀 더 넓게 보면... 필름 카운터도 보인다.


10. 마지막으로 뒷모습. 심플핟. 보다시피 날짜 ON, OFF 기능이 있다. 뷰파인더는 심플하지만 거리계가 표시되어 있다. (다음에 뷰파인더 안의 모습을 찍어서 올려보겠다. )



사진도움 by Nikon E4500

마나님에게 카메라 샀다고 하자 "얼마짜리?" 하고 물어보더라. "3~~~" 하고 얼버무리니 "30만원?" 하며 약간 경계하는 표정. 난 웃으며 "3만원" 이라 대답했고 그제서야 안심하는 표정으로 "그거 쓸 수 있는거야? 사진 잘 나오지도 않는 카메라 사지 말고 돈 모아서 좋은거 사지" 하였다. 난 허접해 보이지만 사진 하나는 잘 나오는 카메라라고 대답했지만 사실 셔터를 누르면서도 과연 사진이 나올지도 자신이 없었다. 눈짐작으로 거리를 측정하는 것은 더욱 더 자신이 없었고...

나의 X-300보다는 훨 작은 카메라를 휴대하고 자랑하며 다닐 때 다들 약간 신기한 듯이 바라보면서도 허접함에 별 감동은 먹지 않는 듯 했다.

여하튼, 며칠동안 아무데서나 카메라를 들이대며 필름 두롤을 찍어 현상스캔 하러 양재동 코스트코로 향했다.

그럼 이제 사진을 감상해볼까요?

1. 처음 필름 장전하고서 자동 세차장 안에서


2. 간만의 외식자리에서 초강력 플래쉬와 함께


3. 같은 장소에서 노플래쉬. 안타깝게도 거리가 약간 안맞은듯


4. 병원에서 ...


5. 후배


6. 선배님과


7. 해맑은 재원이의 웃음


8. 그냥 ... 출퇴근길에


(앤티크 자동차)




9. 마지막으로 재원이 누드샷.

Film : 후지오토오토200, 아그파비스타100, Costco 필름스캔

역시 핀이 나간 사진이 몇 있지만 이제까지 사용하던 X-300과는 또다른 새로운 즐거움을 가져주는 사진이다. 렌즈의 색감이란 걸 믿지 않는 나였지만 느낌이 다름을 알 수 있었고 저광량에서의 비네팅 (주변부 어두워짐)은 색다른 느낌을 준다.

값싸고 허접한 외모를 지닌 카메라지만 편하게 일상을 담을 수 있고 그로인해 내가 즐거울 수 있다면 충분하다.